작가는 색을 잡을 수 없다.
물감에 한정해서 얘기해도 처음 칠했던 색깔이 작업의 마지막 단계까지 유지되지 않을때도 있으며, 갈라지고 떨어져 그림의 일부로 보이지 않고 물감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그림에서 색은 연결되어 존재한다. 가끔 빛이 없는, 인공광, 자연광 모두 없는 공간을 상상한다.
실제로 찾기 힘들 것이다. 최소한 달 하나는 떠있을 테니까.
만약 그런 공간이 있어 모두 같은 색을 띤다면 그건 어떤 멈춤에 가까울 것 같다.
여러가지 색에 부여된 의미는 진리이기 보다 순간적인 의도라 생각한다.
우리 삶의 빛은 구름이 지나가고, 빌딩에 가려지고, 빗속에 숨는 순간들의 불규칙적인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상과 자연에 닿으면 공간이 되고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어느 시간, 장소를 떠올려 본다. 그것을 그린 그림과 사진까지도.
그 안에서 색은 특정한 간판일 수 없고, 섞이면서 옅어지는 때로는 미래에 다시 나타나는 상념같은 것이다.
물감은 붓과 함께 움직이기에 정지된 의미에서 멀어진다.
붓 끝의 마찰, 팔의 떨림까지 담겨있는 미끄러지면서 부딪치는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믿음이다. / 2024.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