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순간과 짧은 순간, 오래된 과거와 가까운 과거.
누군가가 그 먼지 속에서 무언가를 느낀다면, 시간의 열기와 놓아버린 의미의 발자국일 것이다.
형태는 오른쪽, 왼쪽으로 몸을 움직이며 이미지의 그물을 벗어나려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잡을 수 없는 것을 실제로 잡았다 착각하고, 뒤돌아서 아쉬워하며 또 갈망하는 삶을 반복한다.
현재 10분 앞으로 다가온 시간도 볼 수 없는데, 무언가를 말하고 기록하고 미래와 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참으로 무모하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시간과, 바라보며 더 나아가길 기다리는 마음이 굳이 다시 펜을 들게 한다.
작업의 매체는 지나가는 흔적이다.
작업의 의미는 투명하다.
한발짝 물러난 작가의 의도만 아른거린다.
선은 과정이자 방향이며, 고개를 들어 무언가를 찾는 모습이 분위기를 만든다.
해가 지는 하늘에 구름이 꽉 차있는 것처럼, 수면에 이미지가 가득한 시간 안에서 입술과 어깨의 무게를 느껴본다.
가볍고 자유롭다 생각한건 어떤 바람이었다.
작업은 존재하면서 사라진다.
보잘것없고, 작고 작은, 비루한 마음의 비율을 외면하지 않는 시간은 작업의 유무가 중요하지 않은 그 자체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 2025.9.22